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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고추잡채를 집에서 따라 만들면 왜 항상 고기가 뻣뻣하고 채소에서 물이 줄줄 흘러나올까요? 저도 몇 번 실패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스보다 재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고추잡채의 완성도를 가릅니다. 직접 만들어보고 깨달은 포인트를 순서대로 풀어봤습니다.
고기밑간, 이 과정을 빠뜨리면 고추잡채가 아닙니다
고기가 퍽퍽하게 나온다면 혹시 밑간 없이 바로 팬에 올린 건 아닌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냥 볶으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결과물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부위는 홍두깨살입니다. 홍두깨살은 소나 돼지의 뒷다리 안쪽에 자리한 부위로, 지방이 적고 결이 뚜렷해서 방향에 따라 식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결 방향 그대로 썰면 씹을 때 질긴 느낌이 남고, 결을 끊어주듯 반대 방향으로 얇게 썰면 볶은 뒤에도 부드럽게 씹혔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고기를 썬 다음에는 벨루팅(velveting) 처리를 해줬습니다. 벨루팅이란 고기에 계란물과 전분, 기름을 입혀 표면을 코팅하는 중식 조리 기법으로, 가열 중에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고기 표면에 얇은 보호막을 씌우는 것입니다. 감자전분 한 스푼과 전란(노른자·흰자를 분리하지 않은 통계란), 기름을 살짝 넣어 주물러두면 됩니다. 정량보다는 고기가 살짝 끈적이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코팅된 고기는 충분히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먼저 따로 볶아냈습니다. 한 번에 야채와 함께 넣으면 가정 화력으로는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져 수분이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꺼내고 나서야 팬이 제대로 달궈진 상태가 유지됩니다.
- 홍두깨살을 결 반대 방향으로 얇게 썰어 섬유질을 짧게 끊어준다
- 감자전분 1스푼 + 전란 + 기름으로 벨루팅 처리해 육즙을 가둔다
- 고기는 야채와 분리해 먼저 볶아낸 뒤 따로 꺼내둔다
피망 선택이 채소 식감을 결정합니다
파프리카로 만들면 안 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솔직히 피망을 권합니다. 파프리카는 과육이 두껍고 수분 함량이 높아서 강불에 볶아도 금세 물이 빠져나옵니다. 제 경험상 파프리카를 쓴 날은 볶음이 아니라 거의 찜처럼 됐습니다.
피망은 초록과 빨강을 함께 쓰면 색감이 살아납니다. 손질할 때는 씨를 깔끔하게 긁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씨가 많이 남아 있으면 고추기름에 볶을 때 기름이 튀고,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길쭉하게 채 썰어 두면 고기와 비슷한 크기가 돼서 한 입에 함께 먹기 좋았습니다.
청양고추도 조금 넣었는데, 씨를 반쯤 긁어낸 상태로 넣었더니 매운맛이 강하게 올라오지 않고 은근하게 뒤에서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고추잡채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표고버섯은 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표고버섯 특유의 글루탐산 성분은 다른 재료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이 많지 않아도 전체 맛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볶을 때는 강불에서 짧게 끝내는 게 원칙입니다. 피망이 숨이 완전히 죽어버리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는데, 이 식감이 있어야 부드럽게 익은 고기와 대비가 생겨서 먹는 재미가 납니다. 저는 야채가 살짝 투명해지는 타이밍에 바로 고기를 합쳤습니다.
꽃빵 곁들임,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렸습니다
고추잡채 하면 꽃빵을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꽃빵을 꼭 중국집에서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집에서 꽃빵을 사다 찜기에 살짝 쪄서 곁들여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조합이 완벽했습니다.
간 조절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굴소스는 브랜드마다 짠맛과 단맛의 편차가 상당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같은 한 스푼이라도 제품에 따라 간 차이가 꽤 났습니다. 그래서 레시피에 나온 양을 그대로 넣기보다는 볶는 마지막 단계에서 반드시 맛을 보고 조절했습니다. 굴소스는 주요 성분에서 나오는 감칠맛과 짠맛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간장과 함께 쓸 때는 어느 쪽이든 한 번에 다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밥에 올릴 때는 간을 조금 더 세게, 꽃빵에 싸 먹을 때는 조금 약하게 맞추는 것이 저한테는 딱 맞았습니다. 꽃빵 반쪽에 고추잡채를 넉넉히 올려 한 입 베어 물면 매콤하고 달큰한 맛이 동시에 올라오는데, 이 맛을 집에서 낼 수 있다는 게 꽤 뿌듯했습니다.
고추기름이 없을 경우에는 청양고추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넣고, 고운 고춧가루를 한 꼬집 넣어주면 색깔과 향 모두 비슷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고추기름 특유의 향과 붉은 색감은 고추잡채의 완성도를 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집에 고추기름이 있다면 꼭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고추 특유의 캡사이신 성분은 기름에 용해돼 향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고추기름을 쓰면 청양고추를 그냥 넣는 것보다 훨씬 깊은 향이 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자주 묻는 질문
Q. 고추잡채 고기로 홍두깨살 말고 다른 부위 써도 되나요?
A. 됩니다. 다만 지방이 너무 많은 부위는 볶을 때 기름이 많이 나와 전체적으로 느끼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살코기 비율이 높고 결이 뚜렷한 부위라면 벨루팅 코팅 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안심이나 등심도 대안이 됩니다.
Q. 감자전분 대신 녹말가루나 밀가루 써도 되나요?
A. 녹말가루는 감자전분과 거의 같아서 무리 없이 대체됩니다. 밀가루는 코팅막이 더 두껍게 생겨 식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기 표면이 너무 끈적이거나 뭉치는 느낌이 든다면 기름을 조금 더 넣어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Q. 집에 고추기름이 없는데 어떻게 대체하나요?
A. 청양고추를 조금 더 넣고, 고운 고춧가루를 한 꼬집 추가하면 색과 향 모두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완전히 같진 않지만 집밥 수준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옵니다.
Q. 고추잡채가 너무 짜게 됐을 때 어떻게 수습하나요?
A. 간이 너무 세졌다면 볶은 채소를 조금 더 추가하거나, 설탕을 아주 소량 넣어 짠맛을 중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굴소스와 간장을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반씩 나눠 넣으며 간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실수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결론
고추잡채는 재료 손질이 번거롭다는 선입견 때문에 집밥 메뉴에서 자꾸 밀려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포인트 세 가지만 지키면 실패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 반대로 썰어 벨루팅 코팅한 고기, 강불에 짧게 볶아 아삭함을 살린 피망, 그리고 마지막에 맛 보고 조절한 간. 이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꽃빵까지 준비하고 나니 평범한 저녁 식사가 꽤 근사해졌습니다. 중국집 메뉴를 집에서 내기 어렵다고 느끼셨다면, 고추잡채부터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성공하는 순간 다음 메뉴에도 손이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