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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메뉴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요리가 있습니다. 바로 부용계전(芙蓉鷄蛋煎)입니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이게 무슨 음식이지?" 싶었는데, 막상 직접 만들어 보고 나서는 왜 이 요리가 사라져 가는지 오히려 더 아쉬워졌습니다.
재료 손질 — 데치기 한 단계가 맛을 가른다
계란 요리는 재료 손질이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이 생각이 꽤 틀렸습니다. 부용계전의 핵심 재료는 죽순, 표고버섯, 팽이버섯, 대파, 게살(크래미)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죽순(竹筍)이란 대나무의 어린 싹을 말하는데,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계란의 부드러움과 대비되어 요리 전체의 질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처음 만들었을 때 이 데치기 단계를 가볍게 여겼다가 반죽이 지나치게 물러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버섯류와 죽순은 수분 함량이 높아서, 그냥 썰어 계란에 섞으면 부침 과정에서 수분이 과도하게 빠져나와 노릇하게 굽기가 어렵습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선행 작업이었습니다.
간을 맞출 때는 액상 치킨스톡(chicken stock)을 반 스푼 정도 씁니다. 치킨스톡이란 닭 뼈와 채소를 장시간 우려낸 육수를 농축한 것으로, 소금보다 훨씬 입체적인 감칠맛을 냅니다. 실제로 이것만으로 간을 맞췄는데, 별도의 소금을 전혀 넣지 않아도 맛이 충분하다는 점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데친 채소와 결대로 찢은 게살을 계란 4개에 섞어 반죽을 완성하면 준비는 끝납니다.
- 죽순·표고버섯·팽이버섯은 얇게 채 썰어 끓는 물에 데친 뒤 물기 제거
- 대파는 채 썰어 생으로 넣어 향을 살림
- 액상 치킨스톡 반 스푼으로 간을 맞추면 소금 없이도 깊은 감칠맛 완성
- 게살(크래미)은 결대로 찢어 넣어야 씹히는 식감이 살아남
조리 팁 — 가운데부터 익히고, 접시로 뒤집는다
부침 요리는 불 세기와 뒤집는 타이밍만 잘 잡으면 된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용계전은 조금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 요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단계는 굽기 과정 자체가 아니라 "뒤집는 방법"이었습니다.
팬에 기름을 일반 부침보다 넉넉하게 두른 뒤 반죽을 붓고 나면, 가장자리는 건드리지 않고 가운데 부분만 젓가락으로 몽글몽글하게 저어가며 익힙니다. 여기서 응고(凝固)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응고란 액체 상태의 계란 단백질이 열을 받아 고체화되는 과정인데, 가장자리를 먼저 고정시킨 뒤 가운데를 천천히 익혀야 전체적인 형태가 유지됩니다. 반대로 가장자리부터 건드리면 형태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뒤집기는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기름이 상당히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냥 뒤집으면 튈 위험이 있고, 두꺼운 반죽이 부서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따라 해본 방법은 넓은 접시를 팬 위에 덮어 반죽을 접시로 먼저 옮긴 뒤, 팬을 그 위에 다시 덮어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식으로 하니 기름 튀김 없이, 모양 그대로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테크닉이었습니다.
화력 조절도 놓치면 안 됩니다. 중간 불에서 충분히 노릇하게 익혀야 겉면에 고소한 마이야르(Maillard) 반응이 생깁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단백질과 당이 열을 받을 때 일어나는 갈변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수백 가지의 풍미 화합물이 만들어져 요리의 맛이 한층 깊어집니다(출처: ScienceDirect, Maillard Reaction). 약불로만 익히면 겉면이 밋밋해지고, 강불이면 속이 덜 익습니다.
전통 중식 — 부용계란전 사라져 가는 요리를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
부용계전은 이름부터 생소합니다. 부용(芙蓉)은 연꽃을 뜻하는 한자어로, 계란을 풀어 꽃처럼 부드럽게 펼쳐낸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지금은 중식당 메뉴판에서 거의 보기 어렵지만, 본래 중화요리의 고전 계란 요리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한식 세계화 관련 자료에서도 음식 문화의 보존과 전승이 식문화 정체성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고 간편식이 확산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중식 요리가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보면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요리가 어렵거나 비싼 재료를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소개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잊혀간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완성된 부용계전을 한 입 먹었을 때, 계란의 부드러움 사이로 죽순의 아삭한 식감, 표고버섯의 쫄깃함, 게살의 감칠맛이 층층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한 계란 부침이라고 보기에는 맛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이 요리가 한때 중식당의 주요 메뉴였다는 사실이 납득될 만큼 완성도 높은 한 그릇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전통 중화요리가 현대적인 방식으로 더 자주 소개된다면, 충분히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용계란전에서 죽순을 꼭 써야 하나요? 대체 재료가 있을까요?
A. 죽순이 없으면 숙주나물이나 애호박 채 썬 것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죽순 특유의 아삭한 식감이 이 요리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통조림 죽순이라도 쓰는 것이 제 경험상 훨씬 낫습니다.
Q. 반죽이 물러서 노릇하게 굽기가 어려운데, 원인이 뭔가요?
A. 버섯류와 죽순에서 나오는 수분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데친 재료를 키친타월로 충분히 눌러 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계란 반죽이 묽어져 팬에서 잘 굳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살짝 짜내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단계를 좀 더 꼼꼼하게 하는 것이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접시 뒤집기가 무서운데 다른 방법으로 뒤집어도 되나요?
A. 실리콘 뒤집개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부용계전은 두께가 있어 그 방법으로는 형태가 쉽게 무너집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접시를 덮어 뒤집는 방식이 확실히 안전하고 모양 유지도 잘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한두 번 해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Q. 액상 치킨스톡 말고 다른 걸로 간을 맞춰도 되나요?
A. 소금이나 일반 간장으로도 간은 맞출 수 있습니다. 다만 치킨스톡이 단순한 짠맛이 아니라 감칠맛(우마미)을 더해주기 때문에, 같은 양의 소금과는 맛의 깊이 자체가 다릅니다. 치킨스톡 대신 다시마 육수나 멸치 육수 농축액을 소량 써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결론
부용계전은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계란 요리인데 뭐 그리 특별하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완성한 접시를 앞에 놓고 보니, 이 요리가 왜 한때 중식당의 메인 메뉴였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재료 손질부터 데치기, 물기 제거, 반죽, 굽기, 접시 뒤집기까지 각 단계마다 이유가 있는 요리였습니다.
사라져 가는 전통 중화요리를 한 번쯤 집에서 재현해 보고 싶다면, 부용계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비싼 재료도 필요 없고, 조리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다음번에는 위에 소량의 고추기름이나 전분 소스를 끼얹어 중식당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