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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다드 (소개, 포칭 기법, 음식 문화)

by hyeon100 2026. 6. 4.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랑스 요리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위축되던 저인데, 막상 그 과정을 직접 들여다보니 핵심 재료가 생선, 감자, 우유 세 가지더군요. 브랑다드(Brandade)라는 낯선 이름 뒤에 이렇게 소박한 조합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남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요리가 우리 식탁과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음식 문화가 얼마나 상대적인 개념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 경험을 나눠보려 합니다.

소개 - 브랑다드란 무엇인가, 그 정체를 알고 나서야 보인 것들

처음 브랑다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도 한참 헷갈렸습니다. 브랜다? 브랜드? 발음부터 낯설어서 뭔가 굉장히 고급스러운 요리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습니다.

 

브랑다드란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먹던 생선 퓨레 요리입니다. 원래는 솔티드 코드(Salted Cod), 즉 소금에 염장한 대구살을 오랜 시간 물에 담가 염분을 빼낸 뒤, 우유에 익혀 감자와 함께 으깨어 만듭니다. 여기서 솔티드 코드란 대구를 통째로 또는 포를 떠서 굵은 소금에 절인 뒤 건조한 보존 식품으로,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전 유럽 전역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널리 활용되던 식재료입니다.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지금도 일상 식재료로 쓰입니다.

 

이번에 쓰인 재료는 염장 대구 대신 반건조 백조기였습니다. 반건조란 생선을 완전히 말리지 않고 수분을 어느 정도 남긴 상태에서 건조한 방식입니다. 완전 건조보다 살의 탄력이 살아 있고, 육질 본연의 풍미가 잘 보존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여다보니 반건조 생선이 우유와 만났을 때 비린 냄새가 거의 사라지면서 고소함만 남는다는 게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브랑다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반건조 또는 염장 생선 (전통적으로는 솔티드 코드, 상황에 따라 백조기 등 대체 가능)
  • 감자 (삶아서 으깬 뒤 생선과 혼합)
  • 우유 (생선을 익히는 포칭 액체 역할)
  • 판체타 또는 염장 돼지고기 (풍미 보조 재료)
  • 페코리노 치즈 (마무리 단계에서 소량 추가)

포칭 기법 - 우유로 생선을 익히면 생기는 의외의 효과

저도 처음엔 '생선을 우유에 넣는다'는 발상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우유는 마시거나 과자에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으니까요.

 

이 조리 방식은 포칭(Poaching)이라는 기법입니다. 포칭이란 끓는 물 대신 100도 미만의 낮은 온도에서 액체에 재료를 넣고 천천히 익히는 방법으로, 재료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단백질이 급격히 수축하는 것을 막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물 대신 우유를 사용하면 유지방이 생선의 비린 냄새를 흡수하는 동시에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습니다. 감자를 삶을 때 타임(thyme) 같은 허브와 함께 올리브오일을 넣는 방식입니다. 향은 수용성이 아닌 지용성(油溶性), 즉 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집니다. 그래서 물에만 삶으면 향이 대부분 날아가지만, 오일을 함께 넣으면 허브의 향 성분이 오일에 녹아들어 감자에 배어듭니다. 사소해 보이는 한 숟갈의 오일이 결과물의 향미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타임을 넣고 삶은 감자는 그냥 삶은 것과 확연히 다른 향이 났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재료가 판체타(Pancetta)입니다. 판체타란 이탈리아식 삼겹살 염장 숙성육으로, 베이컨과 비슷하지만 훈제 과정 없이 소금과 향신료로만 건조 숙성한 것입니다. 불을 쓰지 않고 그대로 얇게 썰어 먹거나, 요리에 소량 더해 깊은 감칠맛을 내는 데 씁니다. 원래 브랑다드 레시피에는 판체타가 들어가지 않지만, 이번에는 소량 추가하여 풍미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응용이 가능한 건 브랑다드 자체가 생선과 감자라는 단단한 뼈대 위에 재료를 얹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의 문화 - 생선 눈 하나로 보이는 음식 문화의 차이

솔직히 이 부분이 영상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선 눈 주변의 콜라겐 부위를 고소하다며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엄마가 생선요리를 해주시면 눈 부위는 무조건 제가 독차지 했습니다. 

 

그런데 유럽, 특히 프랑스나 영국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는 생선 요리를 할 때 눈을 포함한 머리 부분을 아예 제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육수를 낼 때도 눈은 먼저 발라낸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느 문화에서는 영양가 있고 귀한 부위가, 다른 문화에서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문화적 감각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유네스코(UNESCO)는 음식 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으며, 이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집단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은 문화적 유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입니다(출처: 유네스코).

 

생선의 어떤 부위를 먹고, 어떻게 조리하는지가 국가마다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은 반대로 생각하면 흥미로운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브랑다드처럼 우리에게 낯선 조리법도 들여다보면 충분히 우리 입맛에 맞는 요리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우리의 일상적인 재료가 다른 문화권 요리의 새로운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랑다드를 처음 접하면 '이걸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저도 처음엔 반건조 생선을 구하는 것부터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접근이 쉽습니다.

 

반건조 백조기(보구치)는 제주도를 포함한 국내 수산 시장이나 대형 마트의 건어물 코너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여다보니 온라인 수산물 쇼핑몰에서도 충분히 검색됩니다. 다만 백조기는 국내산 중간 크기 기준으로 가격이 낮지 않기 때문에, 처음 도전할 때는 한 마리만 사서 연습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조리 과정 자체는 간단합니다. 생선을 우유에 넣고 부드럽게 익힌 뒤 살을 발라내고, 별도로 삶아 으깬 감자와 섞은 다음 오븐에 구워내면 됩니다. 여기서 그라탱(Gratin) 방식으로 마무리하면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그라탱이란 재료를 내열 용기에 담고 위에 치즈나 빵가루를 올려 오븐의 복사열로 표면을 노릇하게 구워내는 조리 기법입니다. 브랑다드 위에 페코리노 치즈를 얹어 그라탱 처리를 하면 고소함과 바삭함이 더해져 바게트와 함께 먹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됩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반건조 수산물은 적절한 수분 활성도 관리가 이루어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권장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음 도전하는 분들은 이 부분만 주의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브랑다드는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복잡한 소스 없이도 충분히 근사한 한 접시를 만들어냅니다. 바게트, 혹은 과일이 들어간 묵직한 유럽식 빵과 함께 내놓으면 집에서도 충분히 홈파티 분위기가 납니다.

 

프랑스 요리는 어렵다는 선입견은 브랑다드 앞에서 꽤 무색해집니다. 복잡한 기술보다 재료를 이해하는 감각이 먼저라는 점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브랑다드를 한 번만 만들어보면 감자와 생선, 우유 세 가지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직접 느낄 수 있고, 그 경험이 다른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낯선 이름에 망설이고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AhYm-o1q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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