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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디저트 이튼메스 레시피(유래, 재료 선택, 총평)

by hyeon100 2026. 6. 25.

 

솔직히 처음 이튼메스 사진을 봤을 때, 이게 왜 유행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됐습니다. 누가 대충 쏟아놓은 것 같은 모양에,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고, 그냥 과일이랑 크림을 뒤섞어 놓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파고들다 보니, 제가 처음부터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튼메스는 '예뻐야 한다'는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디저트였습니다.

 유래 - 엉망진창이 콘셉트인 영국 디저트의 유래

이튼메스(Eton Mess)는 영국에서 유래한 디저트입니다. 이름에서 'Mess'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을 뜻합니다.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영국 이튼 칼리지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파블로바(Pavlova)처럼 머랭 위에 생크림과 과일을 예쁘게 장식해서 먹던 디저트였는데, 어느 날 개가 달려들어 디저트를 엎어버렸고, 그걸 그냥 긁어모아 먹은 것이 시작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정설은 아니지만, 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기서 파블로바(Pavlova)란, 머랭을 오븐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든 뒤 생크림과 과일을 올린 디저트를 말합니다. 이튼메스는 이 파블로바의 머랭을 통째로 굽지 않고, 조각낸 채로 다른 재료들과 함께 뒤섞어 냅니다. 모양을 만들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한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디저트가 한국에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에도 한 차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소개되면서 올림픽 기간에 반짝 떴다가 사라졌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두쿠에이(Dubai chocolate) 열풍과 함께 SNS를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이런 데서도 실감납니다.

재료 선택 - 머랭과 생크림, 맛의 절반을 결정한다

제가 이 디저트를 처음 접하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재료였습니다. 머랭이랑 생크림, 과일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막상 마트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먼저 생크림입니다.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생크림의 차이를 모르고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가는 결과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물성 생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해 만든 것으로, 혀에서 스르륵 녹는 특유의 깔끔한 맛이 납니다. 반면 식물성 생크림은 식물성 기름에 유화제를 첨가해 만든 가공 제품입니다. 여기서 유화제(Emulsifier)란, 서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안정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식품 첨가물을 말합니다. 식물성 생크림은 색이 유난히 하얗고, 입안에서 코팅되는 듯한 뻣뻣한 느낌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 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튼메스처럼 생크림 자체가 주재료인 디저트일수록 동물성을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머랭은 소프트 머랭과 하드 머랭으로 나뉩니다. 소프트 머랭(Soft Meringue)이란 흰자와 설탕을 거품 내되,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튼메스에는 오븐에서 완전히 구운 뒤 바삭하게 굳힌 하드 머랭을 씁니다. 이걸 그릇에 담기 직전에 손으로 거칠게 부숴 넣어야 식감이 살아납니다. 너무 잘게 부수면 크림과 섞이는 순간 바로 눅눅해지기 때문에, 굵직한 덩어리를 남기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튼메스를 만들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재료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생크림은 동물성(유지방 35% 이상)을 사용할 것
  • 머랭은 완전히 구운 하드 머랭으로, 부수는 크기는 굵직하게 유지할 것
  • 생크림은 소프트 픽(Soft Peak) 상태, 즉 주걱으로 들었을 때 살짝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농도까지만 올릴 것
  • 과일은 제철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 베리류, 복숭아, 체리, 망고 모두 어울림
  • 조립 후 바로 먹는 것이 원칙. 보관이 필요하면 머랭만 따로 밀봉해 냉동 보관

총평 - 집에서 실제로 만들어 보니 이 부분이 달랐다

솔직히 이 디저트의 제일 큰 장점은 실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도 진입 장벽이 낮은 이유가 있습니다. 모양이 원래 엉망이어야 하는 디저트이니, 그릇에 예쁘게 담으려는 부담 자체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 봤을 때 가장 예상 밖이었던 부분도 이것이었습니다. 완성하고 보니 '이게 맞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 상태가 정석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튼메스는 당 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머랭 자체가 흰자와 설탕을 구운 것이고, 생크림에도 설탕이 들어가며, 과일에도 당분이 있습니다. 세 재료 모두 혈당을 올리는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첨가당 섭취량을 총 에너지의 10% 미만, 이상적으로는 5% 미만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이튼메스를 큰 그릇에 가득 담아 한 번에 먹는 식으로 즐기면 이 기준을 훌쩍 넘기기 쉽습니다. 2인분 기준으로 작은 그릇에 나눠 담아 디저트로 즐기는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은 보관 문제입니다. 머랭은 흡습성(Hygroscopicity)이 매우 강합니다. 여기서 흡습성이란 공기 중의 수분을 스스로 빨아들이는 성질을 말합니다. 머랭이 공기에 노출되면 수분을 흡수해 빠르게 눅눅해집니다. 생크림과 섞인 이후에는 더 빨리 무너집니다. 그래서 이튼메스는 만든 즉시 먹는 게 원칙이고, 남은 머랭이 있다면 밀봉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식감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공식품 당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머랭 쿠키 100g에 포함된 당류는 평균 70g 내외로 과자류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맛있다고 계속 손이 가는 구조인 만큼, 처음부터 소량만 만드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튼메스는 결국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디저트입니다. 냉장고에 남은 과일 몇 조각, 마트에서 산 머랭, 동물성 생크림 하나면 충분합니다. 요리 경험이 많지 않아도 만들 수 있고, 비싼 재료 없이도 카페 디저트 부럽지 않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처음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는 이튼메스를 가장 먼저 추천하겠습니다. 엉망처럼 보여도 맛은 절대 엉망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ynAqHqcR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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