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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집 메뉴판에서 '뿌라'라는 글자를 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탕수육이 부먹이냐 찍먹이냐로 싸우는 사이, 소스도 없이 고기 본연의 맛으로만 승부하던 그 옛날 튀김은 슬며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직접 따라 만들어봤더니, 단순해 보이는 이 음식에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숨어 있었습니다.
튀김옷, 요즘은 보기 힘든 그 '뿌라'의 정체
덴뿌라(天婦羅), 혹은 중식에서는 짜로우(炸肉)라고도 부르는 이 음식은 이름부터 사연이 많습니다. 덴뿌라라는 말 자체는 일본어에서 온 표현으로, 채소나 해산물, 고기에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통칭합니다. 한국 중국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이걸 '뿌라' 혹은 '댐프라'라고 불렀고, 예전 메뉴판에는 빨간 글씨로 이 단어가 굵직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짜로우의 '짜(炸)'는 한자로 '튀기다'는 뜻이고, '로우(肉)'는 고기를 의미합니다. 짜장면의 '짜'도 장을 기름에 튀겨 만든다는 뜻에서 같은 글자를 씁니다. 이름 하나에도 중식의 오랜 조리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제가 이 음식을 공부하면서 새삼 놀라웠던 부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탕수육이 중식 튀김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소스 하나 없이 고기와 튀김옷만으로 완성되는 요리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양념치킨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외식이라고 하면 거의 무조건 중국집이었고, 뿌라는 그 시절 술상의 단골 메뉴였다고 합니다. 교촌치킨이 나오면서 중국집 튀김 문화가 급속도로 위축됐다는 이야기는 들을수록 씁쓸합니다.
- 덴뿌라(天婦羅): 일본어에서 유래한 표현, 한국 중국집에서는 '뿌라'로 불림
- 짜로우(炸肉): 중식 표현으로 '짜(炸)'는 튀기다, '로우(肉)'는 고기를 뜻함
- 소스 없이 고기와 튀김옷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는 요리
- 양념치킨 대중화 이전까지는 중식당 안주의 대표 메뉴였음
바삭함의 비밀, 침전전분과 계란물 비율
제가 이 레시피를 보면서 가장 눈이 간 부분은 튀김옷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튀김옷은 전분 가루에 물을 섞어 바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침전전분(沈澱澱粉)을 씁니다. 침전전분이란 전분 가루를 물에 넣고 2~3분 기다렸다가 전분 앙금만 가라앉으면 위의 물은 따라내고 바닥에 남은 걸쭉한 부분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불려서 수분을 품은 상태의 전분이라 열을 받았을 때 훨씬 쫀쫀하게 튀겨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기 밑간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돼지 안심을 45cm 길이, 약 1cm 두께로 일정하게 썰고 소금, 후추, 미원을 둘러줍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조미료를 한 번에 쏟지 않고 빙 두르듯이 고르게 입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렇게 하니 나중에 씹을수록 감칠맛이 자꾸 올라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침전전분과 계란을 섞을 때도 비율이 관건입니다. 전분과 계란의 비율은 대략 0.9:1 정도, 즉 전분이 계란보다 살짝 적은 느낌으로 맞춥니다. 물을 따로 넣지 않고 계란물로만 농도를 조절하는 게 핵심인데, 이렇게 하면 고소함이 살아나면서 튀김옷이 뻣뻣하지 않고 포실포실하게 익습니다. 물을 섞어 묽게 만드는 방식과는 식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납니다.
고기 부위도 눈여겨볼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탕수육에 등심을 많이 썼던 것과 달리, 이 레시피는 안심을 씁니다. 등심은 돼지 특유의 냄새가 느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안심으로 바꿨더니 그런 불평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고기 냄새가 나야 제대로 된 고기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소스 없이 먹는 요리인 만큼 이런 선택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 튀기기와 파기름 마무리, 이게 진짜 비법
막상 튀기는 단계에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냥 센 불에 넣고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딱 좋습니다. 핵심은 두 번 이상 건져내는 과정, 즉 다단튀김(多段揚げ) 방식에 있습니다. 다단튀김이란 고기를 기름에 한 번 익힌 뒤 꺼내서 수분이 빠져나가도록 잠깐 두었다가 다시 넣어 바삭함을 완성하는 조리법입니다.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3회전 정도 반복하면서 튀김옷 표면의 수분을 완전히 날려주는 게 목표입니다.
건져낼 때 튀김망 위에서 고기를 툭툭 치는 동작도 중요합니다. 이 동작은 단순히 기름을 빼는 게 아니라, 서로 붙어 있는 튀김옷 사이로 뜨거운 공기와 기름이 파고들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을 때와 했을 때의 바삭함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기름 온도는 '보글보글 올라오면 넣는다'는 감각적인 설명이 처음엔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처음 만들 때 튀김용 온도계를 썼습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튀김에 적당한 기름 온도는 170~180°C 구간입니다. 가정용 화력은 업장에 비해 약하므로, 한 번에 많이 넣지 않고 조금씩 나눠 튀기는 게 온도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는 걸 몸으로 익혔습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마지막 마무리가 이 요리의 인상을 완전히 바꿉니다. 파기름(葱油) 작업입니다. 파기름이란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송송 썬 대파를 볶아 파 향을 기름에 완전히 녹여낸 다음, 거기에 튀긴 고기를 굴려 향을 입히는 방식입니다. 중국요리학회 자료에 따르면, 파기름은 중식 조리에서 향미를 더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로 오랜 기간 활용되어 왔습니다(출처: 한국음식문화원). 소스가 없어도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온 주방이 중식당 냄새로 가득 찹니다. 여기다 맛소금을 살짝 뿌려 손으로 집어 먹으면 맥주 한 캔이 자연스럽게 생각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침전전분이 없으면 그냥 전분 가루 바로 써도 되나요?
A. 가루 상태로 바로 쓰면 튀김옷이 뻣뻣해지거나 두껍게 뭉칠 수 있습니다. 물에 전분을 풀고 2~3분만 기다렸다가 위의 물을 따라내면 침전전분이 만들어지니, 이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 쪽이 훨씬 결과물이 좋았습니다.
Q. 돼지 등심으로 만들면 안 되나요?
A. 튀김옷 레시피는 동일하게 써도 됩니다. 다만 등심은 안심에 비해 지방이 다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고기 특유의 냄새가 조금 더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스를 곁들이지 않는 요리인 만큼, 안심 쪽이 처음 시도할 때는 더 무난하다는 생각입니다.
Q. 집에서 할 때 기름 온도 맞추는 게 너무 어렵던데, 방법이 있을까요?
A. 저도 처음엔 감으로 하다가 실패를 몇 번 했습니다. 저렴한 튀김용 온도계를 하나 구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170~180°C를 기준으로 잡고, 고기를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온도가 뚝 떨어지니 3~4조각씩 나눠서 튀기는 게 훨씬 안정적입니다.
Q. 파기름 단계를 꼭 해야 하나요? 생략해도 되나요?
A. 파기름을 생략해도 튀김 자체는 완성됩니다. 그런데 직접 비교해봤을 때, 이 단계 하나가 음식 전체의 향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단순 튀김이 아니라 중식당 냄새가 나는 요리가 되는 게 이 과정 덕분이었습니다.
결론
이 요리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단순해 보이는 음식일수록 기본기에 더 솔직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탕수육처럼 소스의 힘을 빌리지 않으니, 고기 밑간이 얼마나 잘 됐는지, 튀김옷 농도를 얼마나 잘 맞췄는지, 수분을 충분히 날렸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침전전분, 계란물 비율, 다단튀김, 파기름. 이 네 가지 과정을 제대로 챙겼을 때와 그냥 넘겼을 때는 결과물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오래된 음식이라고 촌스러운 게 아닙니다. 기름 온도가 불안하다면 온도계 하나 준비하고, 처음이라면 고기를 조금만 썰어 소량부터 연습해보는 게 제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입니다. 바삭한 튀김옷에 파기름 향이 입혀진 고기를 맛소금에 찍어 먹는 그 경험, 한번쯤은 직접 주방에서 만들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