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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선 조림에 고추장 대신 된장을 쓴다는 발상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직접 끓여보니 국물이 훨씬 구수하고 비린 맛이 없었습니다. 같은 날 참치 파스타까지 함께 완성하고 나서야 캔참치 하나가 이렇게 넓게 쓰일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된장 베이스, 생선 조림의 고정관념을 바꾸다
저도 처음엔 참치 무조림이라고 하면 당연히 고추장 베이스의 빨간 국물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어 보니 된장 두 스푼이 국물의 핵심이었고, 여기에 멸치액젓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이 더해지면서 전혀 다른 깊이가 생겼습니다.
여기서 멸치액젓이란 멸치를 발효시켜 만든 액상 조미료로, 나트륨과 감칠맛(우마미)을 동시에 보충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간장과 달리 생선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들기 때문에 생선 조림류에 쓰면 국물 맛이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무는 한 손가락 굵기, 약 1cm 내외로 썰었습니다. 너무 두꺼우면 속까지 양념이 배는 데 시간이 걸리고, 너무 얇으면 익으면서 흐물거리기 쉽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두께가 가장 균형이 좋았습니다. 표면엔 양념이 배고, 속은 포슬포슬한 식감이 살아있었거든요.
참치를 넣을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너무 일찍 넣으면 오랜 가열로 인해 참치 살이 질겨지거나 비린 냄새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무가 젓가락으로 푹 찔릴 정도로 익은 뒤, 참치를 넣고 중약불에서 5분 내외로만 끓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하면 참치가 부드럽게 유지되면서 국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완성 후에는 진짜 꽁치조림처럼 보일 정도로, 뼈 없이 깔끔한 생선 조림 맛이 났습니다.
- 된장 2스푼 + 멸치액젓으로 국물의 감칠맛(우마미) 기반 형성
- 무 두께는 약 1cm — 포슬포슬한 식감과 양념 흡수의 균형점
- 참치는 무가 익은 뒤 마지막에 투입, 중약불 5분 이내로 마무리
- 다음날 데워 먹으면 양념이 더 깊게 배어 맛이 한 단계 올라감
알덴테로 삶고, 참치 기름은 버리지 않는다
참치 파스타를 만들면서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올리브오일 참치의 기름을 따라 버리지 않고 그대로 팬에 넣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캔참치를 쓸 때는 기름을 빼는 경우가 많은데, 올리브오일 참치의 경우는 오히려 그 기름이 파스타 소스의 베이스가 됩니다.
여기서 올리브오일 참치란 해바라기유나 콩기름 대신 올리브오일에 참치를 담근 제품을 말합니다. 올리브오일 특유의 풍미가 참치 살에 배어 있기 때문에 기름째 팬에 넣으면 따로 오일을 추가하지 않아도 알리오 올리오 계열의 향이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실제로 써보니 기름을 따라냈을 때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기름을 그대로 쓴 쪽이 훨씬 고소하고 풍미가 진했습니다.
면 선택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엔젤 헤어(angel hair)란 파스타 면 중 가장 가는 종류로, 국내로 치면 소면에 가까운 얇기입니다. 이 얇은 면이 참치 살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한 입에 면과 참치가 같이 들어오는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스파게티나 링귀네처럼 굵은 면을 쓰면 참치가 면 위에 따로 얹히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엔젤 헤어는 포장지에 적힌 조리 시간보다 30초~1분 일찍 건져야 합니다. 알덴테(al dente)란 면 중심에 아주 살짝 심이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씹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이 상태에서 건져 면수와 함께 팬에서 한 번 더 볶으면 면이 퍼지지 않고 탱글한 식감이 유지됩니다. 저는 처음에 패키지 시간을 그대로 따랐다가 면이 살짝 불어버렸고, 두 번째 시도에서야 딱 맞는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크러시드 레드 페퍼(crushed red pepper)를 마늘과 올리브오일을 볶는 초반에 함께 넣으면 오일에 매운 향이 스며들면서 전체 파스타에 은은한 매운맛이 고루 퍼집니다. 이탈리아 정통 알리오 올리오에서도 자주 쓰는 기법으로, 고춧가루를 나중에 뿌리는 것과는 향의 깊이가 다릅니다. 출처: 이탈리아 역사 미식 아카데미(AIGS)에 따르면 알리오 올리오의 핵심은 재료의 단순함과 오일에 향을 충분히 우려내는 과정에 있다고 정의합니다.
식감 밸런스, 양배추 하나로 참치 무조림 파스타가 완성된다
참치 파스타에 양배추를 넣겠다는 생각은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시금치나 방울토마토 정도를 예상했는데, 실제로 해보고 나서 왜 양배추인지 바로 납득이 됐습니다.
참치는 부드럽습니다. 면도 삶으면 탄력이 있지만 씹히는 맛이 강하진 않습니다. 이 두 재료만 있으면 한 입 한 입이 비슷한 질감으로 이어지면서 어딘가 단조로운 느낌이 납니다.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마지막에 살짝만 볶으면, 아삭한 식감이 더해지면서 한 접시 안에서 씹는 리듬이 생깁니다. 이게 식감 밸런스(texture balance)인데, 쉽게 말해 부드러운 재료와 아삭한 재료를 함께 써서 먹는 경험에 변화를 주는 조리 원칙입니다.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양배추를 너무 일찍 넣으면 열에 오래 노출되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흐물거리게 됩니다. 면을 넣고 볶기 시작할 때 양배추를 함께 넣고 1분 내외로만 볶는 것이 제가 찾은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아삭함이 살아있으면서도 날것의 쌉싸름함은 열로 어느 정도 날려준 상태가 됩니다.
면수(pasta water)도 빠뜨리면 안 되는 요소입니다. 면수란 파스타를 삶은 물로, 소금과 면에서 나온 전분이 녹아있어 소스가 면에 잘 달라붙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올리브오일과 면수가 유화(emulsification)되면서 소스가 묽지도 너무 기름지지도 않은 크리미한 상태로 완성됩니다. 여기서 유화란 기름과 물이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면수 속 전분이 둘을 연결해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면수를 한 국자 넣는 것만으로 소스의 질감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참치 자체에 이미 염분이 있기 때문에 소금 간은 면수를 넣은 뒤 맛을 보고 최소한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나트륨 섭취 기준에 따르면 성인 하루 권장량은 2,000mg으로, 가공식품인 캔참치 한 캔에도 상당량의 나트륨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금을 추가하기 전에 반드시 맛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참치 무조림에 된장을 쓰면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나요?
A. 저도 같은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는 된장찌개와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멸치액젓과 고춧가루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된장의 비중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고, 국물이 된장찌개처럼 탁해지기보다는 칼칼하고 구수한 조림 국물로 완성됩니다. 무가 시원한 단맛을 더해주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습니다.
Q. 엔젤 헤어 파스타가 없으면 다른 면으로 대체해도 되나요?
A. 가능하지만 식감이 달라집니다. 스파게티나 링귀네 같은 굵은 면을 쓰면 참치가 면 사이에 끼지 않고 위에 얹히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얇은 면에 참치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식감을 원한다면 카펠리니나 소면을 대신 써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면은 불기 쉽기 때문에 삶는 시간을 더 짧게 잡아야 합니다.
Q. 올리브오일 참치 대신 해바라기유 참치를 써도 파스타 맛이 괜찮을까요?
A. 해바라기유 참치는 풍미가 비교적 중립적이어서 파스타에 올리브오일의 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팬에 올리브오일을 별도로 충분히 두르고 마늘과 크러시드 레드 페퍼를 볶은 뒤 참치를 넣으면 비슷한 향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기름을 따라낸 해바라기유는 그대로 쓰지 않는 것이 깔끔한 맛을 위해 낫습니다.
Q. 참치 무조림은 만들고 나서 얼마나 보관할 수 있나요?
A. 냉장 보관 기준으로 2~3일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만든 당일보다 다음날 데워 먹을 때 양념이 무에 더 깊이 배어 맛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참치는 가열을 반복할수록 살이 부스러지기 쉬우니, 데울 때는 약불에서 짧게 끓이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이번에 참치 무조림과 참치 파스타를 한 번에 만들어보면서, 캔참치에 대한 생각이 꽤 달라졌습니다. 냉장고에 늘 있지만 김치찌개에만 쓰던 재료가, 된장 베이스의 깊은 한식 조림과 올리브오일 풍미의 양식 파스타로 동시에 완성될 수 있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무조림은 된장과 멸치액젓으로 국물을 만들고 참치는 마지막에만 넣는 것, 파스타는 올리브오일 참치의 기름을 그대로 쓰고 엔젤 헤어를 알덴테로 건져 볶는 것, 그리고 양배추를 마지막에 살짝 볶아 식감 밸런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캔참치 활용법을 더 넓히고 싶은 분이라면, 이 두 가지 레시피부터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특별한 도구도 어려운 기술도 필요 없고, 집에 있는 기본 재료만으로 충분히 한 끼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