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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뭘까요? 저도 그 생각에 오래 붙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통영식 나물 일곱 가지와 해물 탕국, 차돌 불고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그 편견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명절 음식도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차릴 수 있었습니다.
나물 손질,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나물 요리에서 가장 많이 막히는 지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손질이라고 답합니다. 데치는 것보다 그 전 단계가 훨씬 중요하거든요.
방풍나물은 굵은 줄기를 제거하고 잎 위주로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방풍나물이란, 독특한 향을 가진 해안 지방 채소로 통영식 나물의 핵심 재료입니다. 줄기가 굵은 부분을 그대로 넣으면 씹을 때 질긴 식감이 나물 전체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립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손질 전후 식감 차이가 생각보다 상당히 컸습니다.
시금치는 뿌리를 잘라내고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가을 뿌리는 겨울 뿌리처럼 달콤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거하는 편이 낫습니다. 고사리는 데칠 때 맹물 대신 간장물을 활용하면 특유의 비릿한 향이 훨씬 부드럽게 잡힙니다. 고사리의 비릿함을 간장의 풍미로 눌러주는 원리인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국간장이든 양조간장이든 종류보다는 넣느냐 안 넣느냐 자체가 중요합니다.
데친 나물은 물기를 제대로 짜야 합니다. 수분 제거(dehydration)란 재료 안의 불필요한 물기를 손으로 눌러 짜내는 과정인데,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볶을 때 물이 과하게 나와 간이 싱거워집니다. 주먹 한 줌 크기로 나눠서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꼭 짜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마늘은 튜브형 다진 마늘이 아닌 생마늘을 직접 으깨어 사용해야 향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 방풍나물: 굵은 줄기 제거 후 잎만 사용
- 시금치: 뿌리 잘라내고 소금물에 데치기
- 고사리: 간장물에 삶아 비릿함 제거
- 모든 나물: 데친 후 물기 충분히 짜기
- 마늘: 반드시 생마늘로 직접 으깨어 사용
해물 육수 하나로 나물 일곱 가지를 낸다고?
나물을 여러 가지 만들 때 가장 번거로운 게 각각 따로 간을 맞추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해물 육수를 베이스로 연쇄 조리하는 방식을 써보고 나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올리브 오일과 참기름을 1대1로 섞은 팬에 액젓과 국간장을 동량으로 넣고, 바지락살과 새우살을 볶아 감칠맛 베이스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감칠맛 베이스(umami base)란,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이 결합해 생기는 복합적인 풍미를 말합니다. 이 국물 하나가 이후 만드는 무나물, 콩나물, 호박나물, 방풍나물, 시금치, 고사리, 미역 모두에 스며들면서 나물 전체를 하나의 맛으로 연결해줍니다.
무나물과 콩나물은 같은 냄비에서 함께 익혔습니다. 이 방식이 설거지를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 재료에서 나온 수분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따로 만든 것보다 훨씬 풍성한 맛이 났거든요. 콩나물은 뚜껑을 중간에 열면 비린내가 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열거나 닫거나 한 방향으로 조리해야 합니다.
미역은 수분이 많아서 넣으면 간이 한꺼번에 싱거워질 수 있습니다. 팬에서 충분히 볶아 수분을 날려주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에 남은 해물 국물을 완성된 나물들에 골고루 부어주면 각각의 나물이 다시 한 번 같은 맛으로 묶이는 느낌이 납니다. 나물을 모두 비빔밥으로 먹었을 때 맛이 따로 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 과정 덕분이었습니다.
참고로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명절 성수기 바지락과 새우 등 해산물 소비량은 평시 대비 30%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그만큼 명절 나물에 해산물 감칠맛을 접목하는 방식은 이미 많은 가정에서 익숙한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돌 불고기, 재워야만 맛있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불고기는 양념에 오래 재워야 맛있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믿어왔는데, 차돌박이를 먼저 구운 뒤 그 기름에 양념을 끓여 코팅하는 방식을 써보고 나서 그 생각을 바꿨습니다.
차돌박이(beef brisket)란, 소의 앞가슴 부위를 얇게 썬 부위로 지방층과 살코기가 번갈아 층을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팬에서 구우면 기름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고, 그 기름에 양념을 넣으면 간장이 기름 안에서 빠르게 캐러멜화(caramelization)됩니다. 캐러멜화란 당류가 고온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복합적인 단맛과 고소함을 내는 반응을 말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불고기는 재운 것보다 오히려 더 진득하고 윤기 있는 맛이 납니다.
양념은 배즙과 갈아낸 양파, 간장, 흑설탕, 생강, 참기름으로 구성됩니다. 배즙은 섬유질이 입에 걸리지 않도록 강판에 갈아 맑은 즙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 한 단계 차이가 양념의 질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백설탕보다 흑설탕을 쓰면 쓴맛이 적고 색깔도 더 잘 나옵니다.
여기에 참송이버섯을 두툼하게 썰어 올렸습니다. 참송이는 물에 씻으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마른 행주로 닦아 손질해야 합니다. 찢지 않고 칼로 썰어야 단면이 깔끔하고 소스도 더 잘 스며듭니다. 쪽파를 마지막에 넣으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향을 더해줍니다. 가족들이 "역대급으로 맛있다"고 했을 때 제가 느낀 뿌듯함은 솔직히 꽤 컸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차돌박이는 다른 부위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조리할수록 육즙 보존에 유리합니다(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이번에 써본 방식이 그 조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영식 나물에 꼭 바지락과 새우가 다 들어가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족 수가 적거나 재료 구입이 부담스럽다면 새우살만 써도 감칠맛 베이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유식용 새우살 큐브처럼 소량으로 포장된 제품도 있어, 한두 블럭만 활용해도 무나물과 콩나물 정도는 맛있게 완성됩니다.
Q. 콩나물 비린내가 나는 이유가 뭔가요?
A. 대부분 뚜껑을 중간에 열었을 때 발생합니다. 콩나물은 조리 중 뚜껑을 여는 순간 열이 급격히 빠지면서 비린내 성분이 날아가지 못하고 남게 됩니다.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끓이거나, 닫고 끓이거나 둘 중 하나로 방향을 정하고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차돌 불고기 양념에 다시다를 꼭 넣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닙니다. 다시다는 감칠맛을 빠르게 보완해주지만, 간이 강하기 때문에 티스푼 한 개 이상 넣으면 짜질 수 있습니다. 빼고 싶다면 대신 간장과 흑설탕의 비율을 약간 조정하거나, 배즙을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맛을 잡아도 충분합니다.
Q. 참송이버섯을 구하기 어려우면 뭘로 대체하면 되나요?
A. 표고버섯으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향은 참송이보다 약하지만, 두툼하게 썰어 기름에 구우면 고기와 잘 어울리는 식감이 납니다. 새송이버섯도 결이 촘촘해서 양념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Q. 나물 만들고 남은 해물 국물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나요?
A. 완성된 나물들에 조금씩 부어주면 나물이 촉촉해지면서 한 번 더 통일된 맛으로 정리됩니다. 나물 비빔밥을 만들 때 이 국물을 밥에 살짝 섞어주면 따로 육수를 준비하지 않아도 고슬한 맛이 납니다. 탕국에 조금 더해도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결론
이번 추석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느낀 건, 명절 음식의 난이도는 재료의 가짓수보다 순서와 구조에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해물 감칠맛 베이스 하나로 나물 일곱 가지를 연결하고, 재우는 과정 없이도 캐러멜화를 활용해 불고기를 완성하는 방식은 시간과 품을 동시에 줄여주었습니다.
모든 메뉴를 한꺼번에 따라 하기보다는, 무나물과 콩나물처럼 기본이 되는 두 가지부터 해물 베이스와 함께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자신감이 붙으면 고사리, 방풍나물, 미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됩니다. 명절 상차림은 완벽함보다 함께 먹는 사람과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 한 상을 차리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