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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떡볶이에 고기를 넣는다는 발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한우 힘줄, 즉 스지를요. 어느 날 우연히 모자(母子)가 함께 만드는 요리 영상을 보다가 스지 매콤 떡볶이, 차돌박이 깍두기 볶음밥, 그리고 15분 완성 차돌 갈비탕까지 이어지는 한우 특수부위 풀코스를 접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직접 만들어봤는데, 이건 제 집밥 레퍼토리를 완전히 바꿔놓은 경험이었습니다.
스지 떡볶이 — 한우 특수 부위 힘줄이 가래떡을 만났을 때
제가 처음 스지 떡볶이라는 조합을 봤을 때 솔직히 "이게 된다고?" 싶었습니다. 스지(스지)란 소의 힘줄 부위로, 콜라겐이 풍부해 오래 삶으면 특유의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나는 특수부위입니다. 차갑게 식히면 단면이 가래떡과 흡사할 정도로 식감이 닮아있어서, 떡볶이에 넣었을 때 이질감이 거의 없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스지를 넣기 전에 충분히 삶아 부드럽게 만들어두는 사전 처리가 맛의 절반을 좌우했습니다. 마일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유도하듯 팬에서 한 번 볶아 겉면에 향을 입히고, 그 뒤 고춧가루 중심의 매콤한 양념장에 가래떡과 함께 졸여내면 쫀득함이 두 배로 살아납니다. 여기서 마일야르 반응이란 고기 표면에 열을 가했을 때 단백질과 당이 반응해 특유의 감칠맛과 갈색 빛깔이 만들어지는 현상입니다.
떡볶이는 무조건 빨개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저한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간장 베이스의 궁중 떡볶이 방식에 매콤 양념을 절충해서 만들어보니, 고춧가루를 과하게 넣으면 오히려 고기 향이 죽는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떡을 먼저 끓는 물에 살짝 삶아 말랑하게 만든 뒤 찬물에 헹구는 과정도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 단계를 빠뜨리면 최종 식감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도 제 경험상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 스지는 사전에 충분히 삶아 콜라겐을 부드럽게 풀어줄 것
- 가래떡은 끓는 물에 미리 데친 뒤 찬물에 헹궈 탄력을 살릴 것
- 고춧가루는 절제하고 간장과 병행해야 고기 풍미가 살아남
- 스지는 뜨거울 때도, 차게 식었을 때도 각각의 매력이 있어 술안주로도 제격
깍두기 볶음밥 — 차돌박이를 얹으면 코스 요리가 된다
깍두기 볶음밥은 자주 만드는 메뉴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차돌박이를 올려 먹어봤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이게 단순한 볶음밥이 아니라 진짜 고깃집 후식 이상의 한 그릇 요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조리 순서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들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잘 익어 산미가 충분한 깍두기를 송송 썰어 볶습니다. 여기서 산미(酸味)란 깍두기가 적절히 발효되면서 생기는 젖산 발효 특유의 신맛을 의미하는데, 이 산미가 기름진 차돌박이 지방과 만났을 때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깍두기 국물도 조금 넣어주면 별도의 간 없이도 자작하고 맛있는 볶음밥이 됩니다.
비법이라면 직접 만든 마늘가루 양념, 이른바 'JJ 막가루'처럼 마늘가루·소금·설탕을 배합한 만능 시즈닝을 한 꼬집 넣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마늘가루와 약간의 설탕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한식 특유의 구수한 단맛이 완성되더라고요. 위에 두툼하게 구운 차돌박이를 고명으로 올리면, 비주얼과 맛 모두에서 어디서 팔아도 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이 조합은 처음 만드는 사람도 실패하기 어려운 레시피입니다.
15분 차돌 갈비탕 — 뼈 없이도 진국이 나온다
갈비탕은 최소 몇 시간은 고아야 한다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차돌박이를 팬에 먼저 볶아 육수를 내는 방식을 보고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에 냉동 차돌박이를 그대로 써서 기름이 과하게 나와 국물이 텁텁해졌습니다. 생차돌박이와 냉동 차돌박이는 기름 용출량에서 꽤 차이가 나더라고요.
핵심은 팬 바닥에 차돌박이를 눌러붙이듯 볶으면서 마일야르 반응을 최대한 유도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마일야르 반응처럼 고온에서 단백질과 당이 반응해 생기는 갈색 크러스트가, 물을 붓고 끓였을 때 단시간에 진한 감칠맛을 뽑아내는 열쇠입니다. 여기에 진간장과 참치액으로 간을 맞추면 15분 만에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이 완성됩니다.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따르면 고온에서의 단백질 가열 처리가 짧은 시간 안에 우마미(umami) 성분, 즉 글루탐산 계열의 감칠맛 물질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린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과학회).
기름이 많이 나온다 싶을 때는 볶고 난 뒤 키친타월로 잉여 기름을 가볍게 걷어낸 다음 물을 부으면 훨씬 깔끔한 국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 하나가 맛의 완성도를 꽤 높여줍니다. 부모님 식사 차려드릴 때나 해장이 필요한 날 아침에 이 방법을 써봤는데, 매번 몇 시간씩 뼈를 고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우 스지는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
A. 대형마트 정육 코너나 한우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니 냉장 스지보다 냉동 스지가 더 유통이 흔한 편이었는데, 어느 쪽이든 사전에 충분히 삶아 부드럽게 만들어두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냉동 제품이라도 충분히 해동한 뒤 사용하면 식감 차이가 크게 줄어듭니다.
Q. 깍두기가 너무 안 익었을 때도 볶음밥에 쓸 수 있나요?
A. 솔직히 제 경험상 너무 생생한 깍두기는 볶음밥에 썼을 때 산미가 부족해서 밋밋한 맛이 납니다. 적어도 실온에서 하루 이틀 이상 익혀 젖산 발효가 시작된 깍두기를 써야 특유의 신맛이 볶음밥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냉장고에 이미 묵은 깍두기가 있다면 그게 최고의 재료입니다.
Q. 차돌박이 갈비탕에서 국물이 너무 기름질 때 어떻게 하나요?
A. 제가 실수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볶고 나서 팬 바닥에 고인 여분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한 번 닦아낸 뒤 물을 붓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차돌박이를 쓰면 기름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훨씬 수월합니다. 끓이는 도중 위에 뜨는 기름 거품도 가끔 걷어주면 더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살아납니다.
Q. 궁중 떡볶이와 매콤 떡볶이 중 어떤 게 고기랑 더 잘 어울리나요?
A. 제 경험상 한우 스지처럼 향이 있는 특수부위는 간장 베이스의 궁중 떡볶이 쪽이 고기 본연의 맛을 더 잘 살려줍니다. 다만 매콤한 양념이 당기는 날이라면 고춧가루를 소량만 넣어 간장과 병행하는 절충 방식이 맛과 향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
결론
이번 세 가지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공통으로 느낀 건, 요리의 완성도는 재료의 비싼 정도보다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지의 쫀득한 콜라겐 식감, 깍두기의 젖산 발효 산미, 차돌박이의 마일야르 반응이 만들어내는 감칠맛 — 이 세 가지는 모두 재료 자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조리법을 붙이면 집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처음 도전이라면 세 메뉴 중 깍두기 볶음밥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실패 확률이 가장 낮고, 차돌박이를 올리는 순간 바로 '이게 되네' 싶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지 떡볶이와 차돌 갈비탕은 사전 처리와 기름 조절에 익숙해지면 그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