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집이나 한 봉지씩은 나오는 것이 북어채입니다. 해장국 끓이려고 사뒀다가 반쯤 쓰고 잊어버린 그것 말입니다. 저도 얼마 전 딱 그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직접 북어채무침을 만들어 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재료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손질과 밑간 과정이 맛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사실도요.손질법과 감칠맛 보존: 생각보다 디테일이 중요합니다북어채를 처음 손질할 때 저는 그냥 흐르는 물에 빡빡 씻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했습니다. 북어채의 핵심 맛 성분은 이노신산(IMP)과 글루탐산 계열의 아미노산입니다. 이 성분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칠맛을 만들어 내는데, 수용성이라 물에 오래 닿을수록 그대로 ..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메추리알 장조림을 '그냥 간장에 조리면 되는 것'으로 가볍게 봤습니다. 그 결과는 매번 겉만 까맣고 속은 밍밍한, 어딘가 아쉬운 반찬이었습니다. 이번에 조리 온도와 재료 투입 타이밍을 바꿔보고 나서야 왜 메추리알을 1kg씩 대량으로 만드는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다시마 감칠맛 추출부터 표고버섯 활용, 남은 국물 비빔밥까지, 제가 직접 해보고 달라진 것들을 기록합니다.감칠맛의 시작, 다시마 우리기와 밑간 조림제가 예전에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물이 끓고 나서 다시마를 넣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시마 특유의 글루탐산(glutamic acid) — 여기서 글루탐산이란 다시마에 풍부하게 함유된 아미노산으로, 혀에서 느끼는 감칠맛의 핵심 성분입니다 — 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고 대부분 ..
부추 하면 김치나 전만 떠올리고 계셨나요?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데치고, 비비고, 찌는 방식으로 부추를 쓰다 보니 이 재료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식재료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피를 맑게 하고 기력을 채워주는 부추, 지금부터 부추의 세 가지 활용법을 풀어보겠습니다.부추부침 - 고춧가루 없이도 맛이 일품이다부추무침에 꼭 고춧가루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한 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된장을 넣어 무쳐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부추 400g을 5cm 길이로 썰어 끓는 물에 천일염 한 스푼으로 밑간을 한 다음 두 번에 나눠 살짝 데쳐줍니다. 여기서 블랜칭(Blanching)이라는 조리 기법이 적용됩니다. 블랜칭이란 채소를 끓는 물에 짧게..
저는 두부 반찬이라고 하면 조림이나 부침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부볶음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건 알았는데, 어차피 비슷한 맛 아닐까 싶어서 시도를 안 했던 거죠.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재료도 단출하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은데, 완성된 맛은 생각보다 훨씬 밥반찬다웠습니다.깍둑썰기 - 마이야르 반응이 맛을 바꾼다일반적으로 두부볶음은 그냥 볶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처음 만들 때 그 방식으로 했다가 두부가 다 으깨져서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형태가 사라지니 맛도 따로 놀았고, 양념이 겉에만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배운 방법은 달랐습니다. 두부를 사방 2cm 크기의 깍둑썰기로 자른 뒤, 키친타올로 충분히 물기를 제거하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