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된장 반 큰술과 식초 한 스푼이 고등어조림의 맛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고등어의 기름진 풍미를 억지로 없애는 대신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집중했더니, 먹고 나서도 무겁지 않은 조림이 완성됐습니다. 무가 든든한 바탕이 되고, 생강이 산뜻함을 더하고, 식초가 뒷맛을 정리합니다.무 베이스 — 생선 조림의 출발점이 달라진다제가 그동안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실패한 이유는 무와 고등어를 거의 동시에 냄비에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가 덜 익은 상태에서 생선과 함께 양념에 잠기다 보니, 완성됐을 때 무는 단단하고 고등어살은 이미 부스러져 있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이번에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무 600g을 일정한 두께로 썰어 냄비 바닥에 먼저 깔고, 물 500m..
솔직히 저는 청경채를 집에서 볶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국집 메뉴판에서나 보던 채소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도전해 보니, 왜 진작 해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맛있었습니다. 재료비도 얼마 안 들면서 완성된 접시는 꽤 근사해 보이는, 그런 요리입니다.중식집밥의 벽, 청경채 버섯 볶음 생각보다 낮았습니다청경채는 마트 채소 코너에서 자주 눈에 띄는데도, 저는 항상 그냥 지나쳤습니다.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랐던 것도 있고, 왠지 특별한 도구나 강한 화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중식 볶음 요리 특유의 고온 조리법, 이른바 웍헤이(Wok Hei)가 집에서는 재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입니다. 여기서 웍헤이란 강한 불꽃이 웍에 닿을 때 생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참치 한 캔에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 몇 가지가 전부인데,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밥 한 공기가 그냥 사라졌습니다. 간장·굴소스·된장·고추장이 한 냄비에 들어가는 조합이 과연 맞는 건지 반신반의했는데, 결론적으로 제 냉장고 앞에 가장 자주 서게 만든 레시피가 됐습니다.채소볶음, 참치짜글 왜 지금 다시 주목받나참치캔은 국내에서 연간 3억 캔 이상 소비되는 대표 가공식품입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그 대부분이 김치찌개나 샐러드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소비되는데, 최근 들어 짜글이 형태로 응용하는 조리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여기서 '짜글이'란 국물이 거의 없이 바특하게 졸여낸 찌개 형식을 말합니다. 일반 찌개보다 농도가 훨씬 진하고, 밥에 비벼 먹는 것을 전제로 한 요리입니..
솔직히 저는 간장비빔국수를 만만하게 봤습니다. 간장에 참기름 좀 넣고 설탕 한 숟가락이면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비벼 먹어보면 양념이 따로 놀거나, 짠맛만 강하게 남거나, 면에 양념이 제대로 안 붙어서 싱거운 국물이 고이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엔 그 원인을 하나씩 짚어가며 조청과 매실액으로 양념을 다시 만들어봤더니, 결과가 꽤 달랐습니다.조청 단맛이 설탕과 다른 이유제가 처음에 설탕으로만 양념을 만들었을 때, 단맛이 나긴 했지만 뭔가 날카롭고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면과 섞어도 양념이 표면에만 맴도는 것 같고, 먹다 보면 금방 밍밍해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조청을 써봤습니다.조청이란 곡물을 당화 효소로 분해해서 만든 전통 감미료로, 설탕보다 단맛이 은은하고 점도가 훨씬 높습니다..
가지 3개로 밥 한 냄비를 짓는데 다른 반찬이 단 하나도 필요 없었습니다. 가지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수분 조절 하나를 제대로 잡으면, 가지가 밥상의 주인공이 됩니다.수분조절, 가지철 왜 하필 가지밥인가가지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채소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가지를 익히면 흐물거리고 물컹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기도 합니다. 저도 솔직히 가지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가지밥을 해보면서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가지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계열의 항산화 성분인 나수닌(nasunin)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나수닌이란 가지 껍질의 보라색 색소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으로, 세포 손..
볶음밥은 집에서도 자주 만드는 음식인데, 왜 중국집에서 먹는 것처럼 고슬고슬하게 나오질 않을까요. 저도 오랫동안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직접 만들어보면서 그 답이 재료가 아니라 밥의 수분과 볶는 순서에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볶음밥이 자꾸 질척해지는 진짜 이유혹시 볶음밥에 재료를 더 넣으면 맛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버섯, 햄, 양파까지 챙겨 넣었는데 결과물은 항상 뭔가 눅눅하고 밥알이 뭉쳐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재료의 수가 아니라 밥의 수분량이었습니다.볶음밥의 생명은 밥알 분리도(Grain Separation), 쉽게 말해 밥알 하나하나가 서로 달라붙지 않고 따로 노는 정도를 뜻합니다. 여기서 밥알 분리도란 팬에 기름이 각 밥알을 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