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는 그냥 고형 카레 녹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양파 캐러멜라이징 하나, 땅콩버터 한 스푼 하나가 결과물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는 걸 직접 만들어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평범한 카레와 전문점 카레의 차이가 재료 가짓수가 아니라 조리 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캐러멜라이징 - 카레가 늘 비슷한 맛이었던 진짜 이유카레를 오래 끓이면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오래 끓여도 양파를 그냥 넣으면 그냥 카레 맛이 납니다. 바꿔야 할 건 시간이 아니라 순서였습니다.제가 예전에 카레를 만들 때는 늘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감자, 당근, 돼지고기를 한꺼번에 볶고 물 붓고 고형 카레 녹이면 끝. 그렇게 만든 카레는 먹을 ..
솔직히 저는 갈비찜이 '어려운 요리' 축에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칫하면 고기가 퍽퍽해지거나 바닥이 타버리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묵은지를 갈비 위아래로 덮어 끓이는 방법을 알게 된 뒤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름진 느낌은 사라지고 고기는 촉촉하게, 김치의 칼칼한 맛까지 더해져 오히려 일반 간장 갈비찜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밑작업 - 갈비찜이 실패하는 이유제가 처음 갈비찜을 만들었을 때 가장 후회했던 부분은 밑작업을 대충 넘긴 것이었습니다. 핏물 제거도 10분 남짓 담가뒀다가 건져 버렸고, 데치는 과정도 생략했는데, 완성된 요리에서 묘한 잡내가 났습니다. 그 뒤로는 무조건 찬물에 최소 2시간은 담가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데치기 작업도 단순해 보이지만..
집에서 생선 요리라고 하면 항상 조림이나 구이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레스토랑에서 먹던 그 흰살생선 요리를 집에서 못 만들 이유가 뭐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덜컥 도전한 게 미니엘(Meunière), 이른바 레몬 버터 소스를 얹은 양식 생선 요리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결과물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도전기 — 미니엘 조림만 하던 제가 양식에 손을 댄 이유평소 생선 요리에 자신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조림은 간장과 설탕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팬에 생선을 구워내는 건 항상 껍질이 들러붙거나 살이 부스러지기 일쑤였거든요. 그러다 미니엘(Meunière)이라는 프랑스식 생선 요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미니엘이란 생선 필레에 밀가루를 얇게 입혀 ..
육개장은 왠지 집에서 끓이기 겁나는 음식이었습니다. 토란대, 고사리, 오랜 육수 작업까지 떠올리면 시작도 전에 지쳐버리는 그런 요리.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편견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재료 네 가지, 시간 30분이면 전문점 못지않은 고깃국이 뚝딱 나왔습니다.재료 준비 - 고기 선택, 생각보다 중요하다 육개장에 밀가루라니, 처음 들었을 때는 어이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육전도 아닌데 왜 밀가루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이 한 단계가 국물의 질감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고기는 통양지(통양지머리)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통양지란 소의 앞가슴과 배 아래쪽 부위를 덩어리째 손질한 것으로, 마블링이 고르게 분포되어 국물과 고기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부위입니..
솔직히 저는 고추장찌개를 한 번도 직접 끓여본 적이 없었습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데, 고추장찌개는 왠지 텁텁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다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처음으로 따라 만들어봤는데, 육수 없이도 이렇게 깊은 맛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삼겹살 기름 - 고추장찌개의 베이스를 만드는 방식가장 먼저 낯설었던 부분은 육수를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찌개를 끓일 때는 멸치나 다시마로 육수를 내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도 처음엔 그냥 물만 넣으면 맛이 빠질 것 같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레시피의 핵심은 삼겹살을 충분히 볶아 지방을 먼저 녹여내는 데 있습니다. 이때..
한 때 녹두빈대떡을 너~~무 좋아했는데요, 요즘들어 빈대떡 가게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해 보려구 레시피를 찾던 중 이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완성된 빈대떡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그 아삭한 식감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겉바속촉, 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빈대떡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날이었습니다.녹두 손질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녹두빈대떡을 처음 만들 때 가장 막막했던 단계는 역시 녹두 손질이었습니다.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거피녹두(去皮綠豆)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거피녹두란 녹두의 외피를 미리 제거한 제품으로, 쉽게 말해 껍질을 벗긴 녹두입니다. 껍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일반 녹두로 전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