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매년 추석마다 동그랑땡을 태워 먹었습니다. 겉이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속이 안 익고, 속까지 익히려 하면 어김없이 겉이 까맣게 타버렸죠. 그런데 이번에 반죽을 찜기에 먼저 쪄보니, 팬 앞에서 그 오랜 시간 씨름하던 게 단숨에 해결됐습니다. 명절 전 부치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공정의 순서였다는 걸, 몸으로 확인한 명절이었습니다.수분 제거, 전 반죽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계제가 직접 만들어보니, 동그랑땡 반죽이 질척거리는 이유는 거의 예외 없이 두부와 채소의 수분 처리 실패에서 비롯됐습니다. 두부는 면보에 싸서 있는 힘껏 짜야 하는데, 어중간하게 누르면 반죽 전체가 묽어집니다. 실제로 두부 한 모에서 짜내는 수분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손으로 꽉 쥐어짜는 방식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트에서 산 건식 쌀가루로 반죽을 시작했을 때, 물을 세 배 가까이 들이붓고도 반죽이 제대로 뭉쳐지지 않았습니다. 직접 비교해보기 전까지는 쌀가루 종류가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몰랐습니다. 습식 쌀가루, 익반죽, 깨소의 수분감 — 이 세 가지가 송편 맛을 결정한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습니다.습식 쌀가루, 왜 방앗간까지 가야 하나저도 처음엔 마트 쌀가루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의상 그냥 집 근처에서 해결하려 했는데, 막상 건식 쌀가루와 습식 쌀가루를 나란히 두고 반죽을 해보니 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건식 쌀가루란 마른 쌀을 그대로 갈아낸 분말을 말합니다. 반면 습식 쌀가루는 물에 충분히 불린 쌀을 갈아낸 것으로, 입자 사이에 수분이 남아 있..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조기 몇 마리에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를 몽땅 쓸어 넣으면 맛이 제대로 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완성된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된장·고추장·씨간장이 뒤섞인 구수한 향이 주방 가득 퍼지면서 그 의심이 싹 사라졌습니다. 조기 한 마리가 한 상 차림이 되는 그 과정을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조기, 왜 예로부터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았을까제가 직접 찾아보고 나서야 조기가 단순한 밥반찬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조기는 고단백 저지방(高蛋白 低脂肪)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고단백 저지방이란 칼로리 대비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비율은 낮은 식품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체중 관리를 하면서도 근육 유지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조기 100g당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된장 반 큰술과 식초 한 스푼이 고등어조림의 맛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고등어의 기름진 풍미를 억지로 없애는 대신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집중했더니, 먹고 나서도 무겁지 않은 조림이 완성됐습니다. 무가 든든한 바탕이 되고, 생강이 산뜻함을 더하고, 식초가 뒷맛을 정리합니다.무 베이스 — 생선 조림의 출발점이 달라진다제가 그동안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실패한 이유는 무와 고등어를 거의 동시에 냄비에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가 덜 익은 상태에서 생선과 함께 양념에 잠기다 보니, 완성됐을 때 무는 단단하고 고등어살은 이미 부스러져 있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이번에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무 600g을 일정한 두께로 썰어 냄비 바닥에 먼저 깔고, 물 500m..
솔직히 저는 청경채를 집에서 볶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국집 메뉴판에서나 보던 채소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도전해 보니, 왜 진작 해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맛있었습니다. 재료비도 얼마 안 들면서 완성된 접시는 꽤 근사해 보이는, 그런 요리입니다.중식집밥의 벽, 청경채 버섯 볶음 생각보다 낮았습니다청경채는 마트 채소 코너에서 자주 눈에 띄는데도, 저는 항상 그냥 지나쳤습니다.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랐던 것도 있고, 왠지 특별한 도구나 강한 화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중식 볶음 요리 특유의 고온 조리법, 이른바 웍헤이(Wok Hei)가 집에서는 재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입니다. 여기서 웍헤이란 강한 불꽃이 웍에 닿을 때 생기..
솔직히 저는 여름마다 입맛이 떨어지면 그냥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웠습니다. 뭔가 차려 먹을 의욕이 안 생기거든요. 그런데 올여름, 양념간장 하나 만들어 두고 나서부터 밥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호박잎, 콩나물밥, 깻잎까지 뭐든 올려도 맛있는 그 간장 하나가 제 여름 밥상의 판도를 바꿔놓았습니다.만능 양념간장, 기름은 나중에 넣는 게 맞습니다처음 이 양념간장을 만들었을 때, 저는 습관적으로 참기름을 미리 넣으려 했습니다. 그게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써보니 그게 큰 실수였습니다. 기름을 미리 섞어두면 고춧가루와 깨가 기름을 머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산패취, 즉 쩐내가 올라옵니다. 산패(酸敗)란 기름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불쾌한 냄새와 맛을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이 양념간..